줄거리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
이 드라마는 초반과 중반부까지 감정선이 잘 이어졌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그 흐름이 이상하게 가벼워지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음.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파멸하거나 죽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이유도, 그만큼 갈등의 크기와 감정의 깊이가 컸기 때문임. 그러나 결말 자체는 힐링과 성장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대로 마무리된 건 맞다고 생각함. 문제는 그 힐링과 성장을 보여주는 방식, 즉 톤에서 발생함.
19회까지는 비록 일부 급작스러운 화해와 용서가 있긴 했지만, 가족 간의 사랑과 이해라는 테마가 나름 감동적이었고, 시청자들이 그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었음. 특히 예서와 곽미향, 강준상의 화해 장면은 가족이라는 정서를 바탕으로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었음.
그러나 20회에서는 이러한 감정선이 갑자기 파괴됨. 이수임과 곽미향의 화해는 너무나도 급작스럽고 비현실적이었으며, 차세리와 차민혁의 관계 회복도 돈 문제로 간단히 해결되는 듯한 전개는 더 깊이 있는 감정선을 기대하던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줌. 이들의 갈등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존경의 결여였는데, 이를 다루지 않고 가볍게 넘어간 점에서 감정의 깊이가 충분히 표현되지 않음.
또한, 김혜나의 죽음과 그로 인한 가족들의 반응 역시 충분한 소통 없이 그냥 감정만 터트리는 방식으로 그려져서, 시청자들에게 공감할 기회를 주지 못함. 특히 강예서가 갑자기 혜나에게 절절하게 우는 장면은 이해가 되지 않음. 강예서 입장에서는 혜나와 감정적으로 깊은 연결이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눈물은 캐릭터의 일관성을 깨버렸음.
결국, 화해와 용서라는 결말을 원했다면, 갈등의 크기에 걸맞게 더 깊은 감정적 폭발을 통해 그 과정을 보여줬어야 했음. 차세리와 차민혁, 이수임과 곽미향 등의 갈등도 좀 더 무게감 있게 처리됐으면 좋았을 것임. 차민혁과 쌍둥이의 관계나 예서와 쌍둥이의 스터디 장면도 갑작스럽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음. 시청자들에게는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왜 이렇게 쉽게 회복되는지 이해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됨.
이수임과 김주영의 면회 장면은 정말 감정선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장면임. 이수임이 케이를 데리고 김주영을 만나러 가는 장면 자체는 감동적일 수 있었지만, 작가가 굳이 "빨리 나오셔야죠"라는 대사를 추가하면서 이수임의 캐릭터성을 훼손해버림. 김주영은 이수임의 아들의 여친을 죽게 하고 아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용서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움.
결론적으로, 19회까지 감정선의 톤을 유지했다면 마무리가 깔끔했을 텐데, 20회에 이르러 서사가 급작스럽고 가벼워지면서 시청자들이 몰입을 잃은 것임. 그동안 잘 쌓아온 감정선이 폭발해야 할 순간에 가볍게 넘어가버리고, 담담히 처리해야 할 부분에서는 과도한 감정적 표현이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균형이 깨짐.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푹 빠져볼 만한 드라마였기에, 결말이 더 아쉽게 느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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